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77) 작가가 12일 친일청산을 강조하며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유학파,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민족반역자가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본의 죄악에 대해 편들고 왜곡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고 있다. 내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한다.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족정기를 위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반민특위를 부활시켜야 한다”며 "그래서 150만 정도 되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 그 질서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조 작가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해 “이영훈이란 사람이 내 책에 대해 욕하는데, 신종 매국노이자 민족 반역자”라고 했다.
조 작가는 자신의 소설 ‘아리랑’ 속 일본의 조선인 학살 장면이 왜곡과 과장이라는 이 전 교수의 비판에 “그의 말은 다 거짓말이다. 내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이라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자료와 진보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한 명확한 자료”라고 반박했다.
앞서 이 전 교수는 2007년 계간 ‘시대정신’에 기고한 논문 등을 통해 ‘아리랑’에 대해 '광기 어린 증오의 역사소설’이라고 비난했다. 조 작가는 “저는 소설 ‘태백산맥’에서 500가지 넘게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고발당했으며, 11년간 조사를 받은 뒤 완전 무혐의 판정이 난 경험이 있다”며 “그 경험으로 ‘아리랑’을 쓸 때에는 더 철저하게 자료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대하소설 3부작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과 등 소설과 산문집을 썼다. 올해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대하소설 전집 3부작 개정판을 펴냈다.
조 작가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이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며 “이게 대한민국 문인의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같은 달력을 사용한다고 같은 시대를 사는 건 아니다”라며 “종전 7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분의 영혼은 아직 지리산 어딘가를 헤메는 듯”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 일본 유학하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다”고 했다.
이어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이게 도대체 무슨 사변인지”라며 “문인들이라는 작자들이 조국 수호에 앞장 서고 정경심을 위해 서명운동이나 벌이고 자빠졌으니, 예고된 참사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